<김선아의 시네마 아이 (Cinema-Eye) No.18> <올 이즈 로스트> : 침묵 속에 울리는 인간 존엄의 마지막 고함
로버트 레드포드 주연의 '올 이즈 로스트(All Is Lost, 2013)'는 영화적 수사를 극도로 절제함으로써 오히려 인간 실존의 본질을 가장 뜨겁게 증명한다. 영화는 망망대해 위에서 침몰해가는 요트와 그 안에서 홀로 사투를 벌이는 한 노인의 모습을 비추며, 서사나 대사라는 안전장치를 과감히 제거한다. "살려달라"는 비명조차 사치처럼 느껴지는 이 극한의 고독 속에서 관객은 인물의 과거도, 이름도 알지 못한 채 오직 그의 '생존'이라는 원초적 행위 자체에 몰입하게 된다.
그가 바다로 향한 이유가 삶으로부터의 도피였는지, 혹은 죽음을 예감하고 스스로를 던진 여정이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모든 것을 잃어가는(All is lost) 절망적인 순간에도 그가 포기하지 않고 돛을 수선하며 식수를 확보하는 극한의 모습으로 '오늘'을 지탱해 나가는 행위 그 자체다.
거대한 자연, 혹은 거스를 수 없는 운명이라는 거대 시스템 앞에서 개인이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숭고한 저항이자 투쟁은, 단 한 마디의 대사 없이도 우리 사회에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모든 사회적 관계와 언어가 소멸한 자리, 죽음이 문턱까지 차오른 그 지점에서도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 '올 이즈 로스트'는 삶의 끝자락에서 마주한 지독한 고요를 통해, 역설적으로 우리가 잊고 지냈던 생의 의지와 존엄을 가장 날카로운 이미지로 각인시킨다.
그의 투쟁은 단순히 물리적 생존을 위한 발버둥이 아니라, 압도적인 시스템의 파고 앞에서도 끝내 '나'로서 존재하기를 포기하지 않는 한 인간의 실존적 승전보다. 영화가 끝난 뒤에도 이어지는 그 지독한 적막은, 우리에게 어떤 순간에도 무너지지 않는 내면의 요새를 구축하라고 촉구하는 준엄한 외침으로 남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