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아의 시네마 아이 (Cinema-Eye) No.13> <두 교황> : 피자 한 조각에 담긴 신의 얼굴
두 교황이 있다. 한 교황은 엄격하고 보수적인 규율을 통해 과거의 종교 형태와 권위를 그대로 고수하려는 교황, 또 다른 교황은 시대 상황에 따라 새로운 방식으로 신도들에게 가깝게 접근하는 종교의 혁신과 개방성을 추구하는 교황.
엄격하고 보수적인 베네딕토 16세 교황은 가톨릭의 전통적이고 절대적인 교리에 따라, 이혼한 여자에게는 성체를 주지 않고 복장과 규율을 매우 엄격히 하며, 라틴어로 대화하고 클래식만 들어 비틀즈 노래가 뭔지도 모른다. 성직자의 성범죄보다는 교회의 성장과 안위에 중심을 두어 신도들과 민심이 떠나가는 것에는 관심이 없다.
혁신과 개방성을 추구하는 프란치스코 교황(베르골리오 추기경)은 보수적인 가톨릭교회와 지나치게 엄격한 교황의 태도로 교인들과 세상에서 멀어져 가며 무너져가는 가톨릭 교회를 걱정한다. 가난하고 어려움에 빠진 사람들을 위로하고 경제적 불평등과 독재 정권을 반대한다. 신도들에게 친근하고 가까이 다가가 살피려고 노력한다. 쉬운 말을 쓰며 대중이 좋아하는 문화를 진심으로 함께 즐긴다.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서거 이후, 콘클라베를 통해 당선된 베네딕토 16세. 그를 대신해 남미 후보였던 베르골리오 추기경은 추기경직 사임을 위해 교황의 화려한 여름 별장을 방문하게 된다.
화려하기 그지없는 여름 별장에서, 또 바티칸 대성당의 미켈란젤로 천장화 아래에서 나누는 두 사람의 대화는 오늘날 세상이 마주한 보수와 진보의 첨예한 대립을 다룬다. 하지만 이 무거운 사안들은 때로는 가벼운 농담처럼, 때로는 별장 정원에 내리쬐는 한낮의 햇살처럼, 둘이 나눠 먹는 거리의 피자 한 조각이나 축구 경기 관람처럼 우리 일상 속에 너무나 가깝게 자리를 틀고 앉아 있다.
서로 인정할 수 없는 대립조차 인간관계 속에서는 ‘그게 뭐 그리 대단하냐’는 듯 녹아내린다. 베네딕토 16세는 베르골리오 추기경에게 다음 교황의 자리를 선뜻 부탁한다. 두 교황 사이에는 세상 속에서 늘 보아오던 대립과 반목이 아니라, 인간으로서의 존중과 애정, 걱정과 배려가 존재한다.
베르골리오 추기경은 소아 성범죄자 성직자를 파면하지 않는 베네딕토 교황을 질타하면서도, 건강 문제와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그의 마음의 평화를 신께 부탁한다. 이 장면에서 나는 큰 눈물을 흘렸다. 종교란 미움이 아니라 사랑이라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기 때문이다.
두 시간의 러닝타임 동안, 물과 기름처럼 달라도 너무 다른 두 캐릭터가 만들어 내는 만남은 ‘혹시나 둘이 싸울까 봐’ 걱정하던 관객의 마음을 부끄럽게 할 정도로 깊은 감동을 선사한다. 종교의 힘만으로 세상의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겠지만, 가장 근원적인 ‘인간에 대한 사랑’이 결국 해결의 열쇠가 되지 않을까.
오늘날 우리가 마주하는 이념과 종교, 정치적 대립 등 모든 ‘미움’이 이 영화를 통해 조금이나마 가라앉길 바란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말한다.
“무관심이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니라면, 그것은 바로 우리 모두의 잘못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