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아의 시네마 아이 (Cinema-Eye) No.17> <다이, 마이 러브> : 고립이라는 이름의 투명한 산고
축복이어야 할 출산은 시골이라는 적막한 공간에서 한 여성을 무너뜨리는 가혹한 현실이 된다.
제니퍼 로렌스가 연기한 주인공은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사람이지만, 남편의 부재와 독박 육아 속에서 그녀의 정신은 투명하게 바스러진다. 인물은 자신을 짓누르는 불행과 정신적 붕괴를 세상의 잣대에 맞춰 이겨내려 하지 않는다. 대신 그 절망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온몸으로 통과하며 그 안에서 삶을 감각한다. 이러한 모습은 불행조차 자신의 삶으로 껴안는 지극히 순수한 정면 승부다.
반면 로버트 패틴슨이 연기한 남편은 철저히 평범한 세계에 발을 딛고 있다. 그는 그저 고된 노동을 반복하며 가끔 집에 들를 뿐, 아내가 온몸으로 겪어내는 그 깊은 고통의 층위를 이해하지 못한다. 그에게 삶은 성실하게 해치워야 할 일상이지만, 그녀에게 삶은 비명조차 지르지 못한 채 통과해야 하는 거대한 심연이다.
이러한 지점은 린 램지의 전작인 <케빈에 대하여>와 닮아 있다. 여성이 마주하는 심리적 한계를 회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응시하는 감독 특유의 시선이 선명하다. 풀벌레 소리는 신경을 긁는 소음이 되고, 평화로운 시골 풍경은 인물을 가두는 감옥이 된다. 주인공이 자신의 무너지는 내면을 응시하며 불행의 과정을 그대로 통과하는 모습은 비참함을 넘어선 어떤 상태를 보여준다.
로버트 패틴슨이 보여주는 평범함과 제니퍼 로렌스가 내뿜는 위태로움이 부딪히는 지점에서 영화는 날 선 긴장을 유지한다. 제니퍼 로렌스는 단순히 산후 정신증에 걸린 여자를 연기하는 것이 아니라, 생의 가장 치열한 순간을 통과하는 한 인간의 날것 그대로의 얼굴을 드러낸다. 세상이 말하는 치유나 극복의 길을 거부한 채, 자신을 찾아온 불행을 자신의 살갗처럼 입어버리는 선택은 기이할 정도로 숭고한 느낌마저 준다.
피하고 싶은 고통을 정면으로 응시하며 그 안에서 자신만의 진실을 길어 올리는 과정은 눈물겹도록 처절하다. 붕괴의 한복판에서 자신의 영혼을 제물로 바쳐 얻어낸 이 지독한 승부는, 비극을 구걸하지 않는 그 꼿꼿한 얼굴로 관객의 시선을 끝내 잡아둔다.
